한국장애예술인협회, 2026년 구상솟대문학상 박성진·이원형어워드 김원서 선정

신선한 작가 발굴로 가치를 드러내다

2026-07-20 13:25 출처: 한국장애예술인협회

2026년 제9회 이원형어워드 수상작 - 김원서 작가 ‘비상’

서울--(뉴스와이어)--한국장애예술인협회(석창우 대표)에서 2026년 구상솟대문학상과 이원형어워드 수상자를 발표했다. 제36회 구상솟대문학상은 박성진(남, 40세, 시각장애) 시인, 제9회 이원형어워드는 김원서(남, 63세, 지체장애) 화가가 선정됐다.

2026년 제36회 구상솟대문학상

2026 구상솟대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당선작으로 박성진의 시 ‘포도넝쿨이 덮은 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 김재홍(가톨릭대학교), 맹문재(안양대학교), 이승하(중앙대학교) 모두 박성진 작품에 최고 점수를 주어 31대1의 경쟁률을 쉽게 넘겼다는 후문이다.

박성진 시인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어렸을 때부터 서서히 시력이 감퇴해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재학시절 완전히 실명했다.

직업을 얻기 위해 대학 졸업 후 맹학교 고등부에 입학해 점자와 안마 기술을 익히고 안마사로 활동하다가 2018년 장애인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현재 8급 공무원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소속으로 지금은 광산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 파견 근무 중이다.

2026년 구상솟대문학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맹문재 교수는 박 시인의 작품을 “서정성과 묘사력을 작품의 구성(plot)으로 통합해 완성도가 높다. 인간 가치를 추구한 작품의 주제 의식도 구체성을 갖추어 감동을 준다”고 평가했다.

박 시인은 수상 소감으로 “구상 선생님의 이름이 새겨진 이 상을 더욱 무겁게 여기며 저와 저를 둘러싼 이 세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고(故) 구상 시인의 상금 지정기탁 2억원으로 마련된 상금은 500만원이며, 도서출판 연인M&B 후원으로 개인 시집을 출판해주는 부상도 주어진다.

2026년 제9회 이원형어워드

2026년 이원형어워드는 서양화가 김원서 작가에게 돌아갔다. 김 작가는 생후 7개월에 소아마비로 왼쪽 하지가 불편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상업 그림을 그렸다. 1990년대 이후 상업 그림이 쇠퇴해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 후 다시 붓을 잡았다. 미술 공부는 전시장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며 했을 뿐 제도권 안에서 배운 적은 없다.

이원형어워드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박현희 교수는 수상작 ‘비상’에 대해 “주제의 일관성과 화면 구성의 안정성이 돋보이며 자연 이미지를 통해 개인의 내면과 삶의 태도를 확장하고 있다. 비상은 꿈과 희망을 향한 상승의 의지가 드러난다”고 평했다.

김원서 작가는 “너무나 큰상을 받게 돼 당혹감과 기쁨이 혼재돼 부족한 제가 받아도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겸손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원형어워드 심사위원은 김미경(홍익대학교), 박현희(성산효대학원대학교), 석창우(수묵크로키 화가)이다. 상금 200만원은 고(故) 이원형 작가 유족이 매년 후원하고 있다.

◇ 2026년 제36회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작

포도넝쿨이 덮은 집

박성진

포도넝쿨이 집을 덮고 있다

잿빛 시멘트 바닥인 마당 한 켠에서 뻗어 나와

새하얀 담장을 휘감아 덮고 있다

구두 한 켤레 놓여 있을 섬들이 온데간데없다

녹슬어버린 자물쇠가 채워져 있을 현관문도

붉은 커튼 드리워져 있을 창문도 보이지 않는다

넝쿨손은 집 한 채를 통째로 밑거름 삼아

양철 지붕마저 덮어버렸다 시퍼렇게 덮고서는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는 듯 뻗어나가는

저승사자 같은 것들

집안 곳곳에 배인 추억들마저 삼켜버릴 작정인가

어디서부터 뻗어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암세포줄기 탓에

엠알아이에 찍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흑빛이었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뇌종양들

그녀의 기억들을 썩은 두엄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어두운 그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흡수된 좌뇌에 이어

새하얗던 중뇌마저 까맣게 자취를 감춰 버렸다

몇 번인가 툭

포도송이 그 까만 알들 떼어내듯 종양들을 잘라보지만

소용없다 끊임없이 자라는 넝쿨손들

힘겹게 남아있는 우뇌마저 덮어버릴 기세로 뻗어 나오는 것이다

포도넝쿨이 덮어버린 집이라니!

저 넝쿨손들 다 걷어내면

굳게 잠겼던 자물쇠 스르르 풀릴 것만 같아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생히 썩어가는

환한 등불이 되고 싶은 밤

자꾸만 병실을 기웃거리던 머리털자리 별 하나

반들반들한 머리 위로 금세라도 떨어질 듯 창가에 바짝 붙어

새하야니 빛나고 있다

*시골에는 폐허가 되어 잡초가 수북한 빈집이 많은데 시인은 그 모습에 포도넝쿨을 얹었다.

그리고 포도넝쿨을 뇌 속에서 번져나가는 뇌종양에 비유한 것은 소중한 사람들이 암으로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으며 지금도 병실에서 암 투병을 하시는 분들에게 환한 빛이 되고 싶은 심정을 노래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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